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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국가 중 노인 자살율 1위...’


 매일 바뀌는 실시간 검색어와 이슈 기사들, 그 사이에서도 변하지 않는 헤드라인과 내용을 담은 기사는 늘 그 자리에 있다. 자꾸 눈에 밟혀 기사를 클릭해보면, 늘 비슷한 전개의 리드가 눈에 들어온다.
‘기초수급자이던 김 모 할아버지가 월세 날을 앞두고 며칠째 모습을 보이지 않자 여관 주인은 경찰에 신고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방 안에는 이미 목을 메 숨을 거둔지 일주일가량 된 김 모 할아버지가 있었다. 유서도, 찾아올 가족도 없었다. 근처에 놓여 있던 소주가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준 유일한 친구였다.’
 이러한 내용 말이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 기조는 '포용 국가'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호가 무색하게, 2019년에도 수많은 독거노인은 온전한 사회적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외로움과 고통 속에 홀로 쓸쓸히 죽음을 선택하거나, 맞이하고 있다. 고령사회 진입과 더불어 노인을 위한 실효성 있는 사회안전망 마련이 절실하다는 사회복지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요즘, 본 지는 독거노인 자살율의 실태와 원인을 점검하고, 정부의 대응 방안과 앞으로의 대처 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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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보는 노인 자살 통계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54.8명이다. 40분마다 한 명이 자살하는 국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던 한국은, ‌최근 리투아니아가 OECD에 가입하고 나서야 부동의 자살률 1위 국가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게 되었다.
 최근 통계를 보면 자살률 1위 국가라는 타이틀을 내려놓을 법한 성과가 있는 듯 하다. 한국의 노인 자살자 수치는 지난 2005년부터 10년 동안 30% 이상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간 정부의 노력과 인식 변화를 통해 나타난 결실이지만, 전세계적으로 자살률이 떨어지고 있으며, 아직 OECD의 2~3배에 이르는 수치임을 감안하면 더욱 정책적 움직임이 필요하다.
 자살 생각을 하는 노인은 10명 중 1명이라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를 생각한다면 더욱 경각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다. 한국은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며, 2050년에는 38%의 국민이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된다. 그 미래를 대비하려면 지금 시대의 노인 인구부터 돌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노인 자살에 관련된 주요 통계를 살펴보다 보면, 몇 가지 특이점을 찾을 수 있다.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국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망자 중 65세 이상 연령대의 비율은 전체 중 28.4%로 나타났는데, 높은 연령대로 갈수록 더욱 심각한 수치를 보이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2017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30.2명인 60대 자살률은 70대에서 48.8명으로, 80대에선 70명까지 높아진다.
 또한 지역 별 자살자 수 역시 도심지가 아닐 수록 자살률이 많게는 2배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충북과 충남, 강원도의 경우 10만명 당 29명까지 높아지는 데 반면, 서울과 경기는 19명까지 떨어지는 것이다.
 노년기의 자살을 결정짓는 요인을 연령, 지역에서만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러한 특이점을 발굴하다 보면, 노인 자살의 원인 파악에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Cause

‌노년기 자살의 원인


 앞서 거시적 관점에서 통계를 살펴보았다면, 이제는 노인 자살의 원인을 찾기 위한 통계로 다가가보자.
 보건복지부가 2014년 자살생각을 경험한 만 60세 이상 노인 68만명을 대상으로 자살동기를 조사한 결과 40.4%의 노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의해 자살을 생각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외 24.4%의 건강문제, 13.3%의 외로움 등의 동기도 줄을 이었다. 
 한 때 노인 세대의 경제활동 목적은 용돈벌이용이었으나, 이제는 생계형으로 바뀌었다. 보건복지부의 조사에 따르면, 노인‌ 인구의 79.3%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일한다고 답했다. 노인 건강상태 역시 유의해서 보아야 할 수치이다. 전체 노인 인구 중 만성질환을 가진 노인은 89.2%에 이르며, 관절염,당뇨병,고혈압 등 평균 2.6개의 만성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51.0%는 영양 관리가 양호한 수준이나 49.0%는 영양관리 개선이 필요하고 분석하였다.
  일부 연구집단에서는 홀몸노인들의 위태로운 경제활동이 건강을 해치고, 우울로 이어져 사회 활동을 하게 되지 않는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보기도 했다. 통계청은 이러한 현상을 맞고 있는 홀몸노인이 2019년 현재 약 9만 5천 명 정로 추산되며, 심한 사회적 관계 단절과 일상생활 능력이 결여된 위기집단으로 파악하였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노인의 자살 동기인 '경제적 어려움', '건강', '외로움', '관계단절'은 주로 홀몸으로 사는 노인에게 취약하게 드러날 수 밖에 없다고 유추할 수 있다.
자살 동기들을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홀몸 노인에게 주어지기 어렵다. 생활비를 벌기 위한 경제 활동도, 건강과 외로움을 해소할 가족도 홀몸노인들에게는 없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한 사회적 지지대는 부족한 실정이지만, 홀몸노인의 인구는 늘어가고 있고, 무연고 사망자 수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소득수준 25만원 이하의 노인의 대다수가 홀몸노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실제로 홀몸노인의 우울경험은 41.7%로 전체 노인의 27.1%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노인자살률은 노인 우울증 환자 증가추세와 독거노인 사회경험 참여 횟수와 유의한 관계를 보인다. 보건복지부의 '2018년 독거노인 사회적 관계망 조사'에 따르면, 52%의 노인이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다.’고 답한 것이다. 독거노인의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이 우울이라는 연구 결과도 제시되어 그동안의 통계의 해석을 뒷받침하였다.
 다만 해당 조사는 '독거노인 주변의 사회적지지체가 생길수록 사회적 고립감과 우울을 감소'한다는 분석역시 내놓았다. 독거노인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울이 심화되기 이전에 사회적지지체를 강화해야 하며, 최소한의 건강, 금전적 어려움을 해결 할 수 있는 연금 등, 정책적 움직임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보인다.

‌Response

‌대응에 성공한 지자체 사례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2016년 대비 자살자 수를 30% 감축한다는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을 수립했다. 정부는 인구 10만명당 25.6명인 자살률을 2022년까지 17.0명으로 낮춰 연간 자살자 수를 1만명 미만으로 줄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노인 인구의 사회적 안정망을 개선하기 위한 ''커뮤니티 케어’라는 정책 기조를 내세웠다. 보건복지부는 ‘커뮤니티 케어’를 ‘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이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게 하는 사회서비스’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사회적 돌봄을 강화해 나가기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에서 커뮤니티 케어 개념을 통해 성공한 사례는 서울시 노원구의 이웃사랑봉사단 사례를 들 수 있다.
노원구는 서울 자치구 중 65세 이상 어르신 인구가 제일 많다. 자살문제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지역 여건으로 인해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이웃사랑봉사단 활동 직전인 2009년의 자살자수는 180명으로 서울시 25개 자치구중 가장 많았다. 

 하지만 노원구는 자살 예방 사업이 개시됨에 따라 서울시 자치구 중 가장 많이 자살률이 감소시키는 데 성공했다. 2009년 29.3%로 서울시에서 제일 자살률이 높았으나, 2016년에는 21.4%까지 7년만에 30% 가량 줄인 것이다. 이 성과를 벤치마킹하기 위해 국내 뿐 아니라 아시아 권 국가에서도 연수를 올 정도라고 한다.
 이러한 성과는 노원구가 지난 2010년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생명존중조례를 제정하고, 보건소 내에 생명존중팀 신설 및 정신보건센터 자살예방팀을 구성한 바탕에 있다. 노원구는 이웃사랑봉사단 사업을 주로 추진했는데, 이웃사랑봉사단은 지역자치단체장, 봉사자, 종교단체원 등으로 구성된 봉사단원이 각 동사무소에 배치되어 어르신 자살위험군 대상자를 만나는 사업이다. 봉사단원들은 주 1회 이상 가정을 방문하고, 방문시간이 아닐 때에는 전화 상담을 통해 안부확인 등 자살예방 활동을 한다. 2019년 이웃사랑봉사단에는 현재 1,200명이 넘는 인원이 활동 중이며, 봉사단 중 심화교육을 이수한 전문심리상담요원이 고위험군의 대상자에게는 특화된 전문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Conclusion

우리가 노인 자살을 대하는 법


 정부는 자살예방 국가 행동계획을 토대로 2022년까지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20명 이내로, 연간 자살자 수를 1만명 이하로 끌어내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소개한 서울시 노원구의 이웃사랑봉사단 등, ‘커뮤니티 케어’의 성공사례를 통해 정부와 지자체가 노인 자살을 막을 안전망을 구축해나가며 노인 자살에 대한 원인도 함께 해소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지방 지역에서는 사회복지사들이 ‘예산 지원이나 인력이 부족하여 업무를 할 수 없다.‘며 토로하고  있다. 규모가 작고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역사회에서는 경우에는 빈곤계층의 독거노인에게 접근할 사업을 펴기 어렵고, 사업에 필수적인 인프라 자체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최근 10년간 강원도과 충청도가 1, 2위를 유지하고 있다. 해당 지역에는 산간과 농촌이 많은 탓에 의료, 상담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진다. 전국 300여개 시군구 중, 노인 인구 1,000명당 노인시설 수가 0개소인 지역은 38개이다. 그 중 60%가 강원도와 충청도 지역에 해당한다.
 지역별 인력 격차도 상당하다. 지역 별 노인돌봄서비스 이용률은 0%~84.6%로, 서비스 이용률의 편차가 큰 것으로 분석되었다. '0%의 이용률'은 사회복지사 등의 인력이 없어 노인돌봄서비스가 진행되지 않는 지역으로 추측할 수 있다. 
 

 이러한 예시를 보면, 결국 커뮤니티 케어는 인프라가 구축 된 수도권에서 유효하며, 지방에서는 사업 자체를 실행할 수 없는 물리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은 과거 한국의 정책 기조처럼 중앙의 본부가 자살예방사업을 추진하였지만, 이제는 지역단위에서 효율적으로 고위험군을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였다. 현장 인력이 턱 없이 부족한 현실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정책 기조의 한계를 뚫을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민 사회와 밀접하게 연계할 수 있는 정책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정부는 시민사회 차원의 커뮤니티 케어, 즉 자정작용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복지사의 처우 개선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복지사각지대를 줄이고, 위험군에 속하는 노인이라면 언제라도 근처에 찾아갈 수 있는 상담소나 병원이, 아니면 이웃이라도 있어야 한다.
 노인 자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우울, 가난과 이로 인한 사회적 관계 단절임이 분명하다. 

연금과 노인 일자리 확충 정책이 동반되면 좋겠지만, 어렵다면 노인의 사회 활동 참여를 촉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라도 제시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다 노인 자살의 원인에 집중하여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을 펼 수 있기를 바란다.

차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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